미국 국무부와 백악관에서 일한 미국 대사, 알고보니 쿠바의 비밀요원
미국 국무부와 백악관에서 일한 미국 대사, 알고 보니 쿠바의 비밀요원
미국 국무부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며 주볼리비아 미국 대사까지 지낸 전 외교관 빅터 마누엘 로차(73)가 40년 동안 쿠바의 비밀 요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로차는 1990년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중남미 담당 국장으로 지냄과 동시 쿠바 수도 아바나의 스위스 대사관 내에 개설된 미 이익대표부에서도 활동했습니다.
한편, 쿠바는 1962년 구소련의 중거리 핵미사일 배치 시도로 인해 미사일 위기를 겪은 이후로 지금까지 미국의 제재와 경제적 고립을 겪고 있습니다. 오바마 정부 시기에는 잠시 해빙 분위기가 형성되었지만, 트럼프 정부 시기에는 제재가 더욱 강화되었고, 바이든 정부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난달 2일에는 유엔에서 쿠바에 대한 미국의 경제봉쇄 해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이 결의안은 전체 193개 회원국 중 187개국의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되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만이 반대표를 더했습니다. 유엔 회원국들은 이를 통해 쿠바를 상대로 한 미국의 경제봉쇄를 비난하고 제재 해제를 촉구하였습니다.
미국 메릭 갤런드 법무장관은 "외국 정보 요원이 미 정부의 가장 고위직에 오랜 기간 동안 침투한 사례"라고 우려했습니다.
미 법무부는 로차 전 대사를 간첩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로차는 콜롬비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한 후, 시민권을 취득했습니다.
예일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에서 공부한 로차는 1981년 국무부에 입사하여 2002년까지 근무하였습니다. 주볼리비아 미국 대사를 마지막으로 은퇴한 후에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쿠바를 관할하는 미군 남부사령부 고문으로 활동했습니다.
연방검찰은 로차 전 대사가 국무부에 발령된 첫 해부터 최근까지 쿠바 정보기관인 총 첩보국(DGI)을 위해 기밀 정보를 수집했다고 밝혔습니다. 로차는 겉으로는 우익 사상을 가진 사람으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미국을 '주적'으로 여기고 쿠바의 공산 혁명을 주도한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찬양했습니다.
로차 전 대사는 은퇴 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거주하다가 지난해 비밀 수사관으로 위장한 FBI 요원에게 체포되었습니다. FBI 수사관은 특정 메신저를 사용하는 쿠바 요원으로 위장하여 로차 전 대사와 접촉하였으며, 로차 전 대사는 이 요원을 DGI의 마이애미에 주재하는 요원으로 믿었습니다.
로차 전 대사는 "40년 가까이 쿠바를 위해 간첩으로 일했다"라고 자백했습니다. FBI 수사관은 로차 전 대사와의 만남에서 로차 전 대사가 DGI에서 받은 교육을 바탕으로 우회로를 사용하고 중간에 멈춰 미묘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 살피는 등 완벽하게 쿠바 요원인 척 행동했습니다.